봉준호·윤종신 등 "故 이선균, 인격살인 당해…진상규명 촉구" [종합]

입력 2024-01-12 13:24   수정 2024-01-12 13:43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2일 열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연대회의는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9개 문화예술단체와 송강호 배우 등 2000여명의 개인이 성명에 동참했다"며 "고 이선균 배우의 발인 시점으로부터 2주를 넘기지 않는 시점에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우 김의성은 "고 이선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세 차례 경찰 조사가 언론에 생중계됐다"면서 "사건과 관련성 없으며 증거 능력이 있는지 확인조차 어려운 녹음 파일까지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성명 발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성명서를 통해 봉준호 감독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한 사실은 없는지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윤종신은 "언론은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지, 일부 언론의 사적 대화 보도는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황색언론의 병폐를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냐"면서 비판했다.

이원태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 측은 성명서의 요구에 대한 구체화 방법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본 성명서를 국회의장, 경찰청, KBS에 전달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만들기 위해 여러 단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성명서에 담긴 요구에 대해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대회의는 이선균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성명서 발표에는 이선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선균과 '킬링 로맨스', '화차'에 함께 출연한 최덕문 배우, 이원태 감독, 김의성 배우와 관련 단체장들 및 소속 회원들이 자리했다.

또한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민규동 감독과 이선균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절친'으로 알려진 장항준 감독, 이선균의 출연작 '끝까지 간다'를 제작한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도 참석했다. 모두 이선균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편 이선균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사망 전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선균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사생활 폭로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이 심적으로 무리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하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전문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되었다.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에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수사당국에 요구한다.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며, 3번째 소환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2. 언론 및 미디어에 묻는다.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길 바란다.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

3. 정부 및 국회에 요구한다.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위 요구와 질문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고 이선균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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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사진, 영상=변성현, 유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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